중·고교에서 두발 단속과 처벌을 둘러싼 갈등이 끊임없다. 교육적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는 `규제론’과 학생인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자율론’의 대립이다.
최근 광주에서도 같은 논란이 촉발됐다. 한 고교에서 학생주임 교사가 단속에 적발된 학생의 머리를 가위질(본보 10월31일자 3면)하면서 잠복돼 있던 갈등이 재발한 것.
이런 가운데 광주MBC공개홀에선 지난 10일 학생·학부모·교사·교육청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머리 규제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생생토론 따져봅시다>라는 제목으로 12일 오전 7시10분 방송됐다.
학교현장에서 두발단속 실태는 어떤가?라는 현실론으로 토론은 시작했다.
“교과서에선 자율과 민주의식을 강조하고, 7차 교육과정에선 개성과 창의력을 요구하지만 이는 교과서 내의 지식일 뿐.” 정지겸(전자정보고 학생)군은 “학교는 사회축소판, 학생은 사회구성원이라고 수차례 교육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학생 참여는 배제돼 있다”고 교육의 허구성을 주장했다.
최명자(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학부모 역시 “창의적·독창적 인재양성은 학교교육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두발은 규제하면서 민주시민 양성이란 교과서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이상규(금파공고) 학생주임 교사는 “머리 규제 등에 대해 한 달에 5~6번을 경고하고 권유해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많다보니 가위질 같은 극약처방이 나왔지만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면서 공식사과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 의견을 들어보면 자율보다 규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박주정(시교육청 생활지도계)장학사는 “자율화 여부는 학교 구성원들간 합의에 의해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일선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어떻게 생활지도를 하라는 말이냐’는 볼멘 소리가 많다”고 규제의 불가피성을 흘렸다.
그러면 학교에서 규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용모 단정못함=탈선’은 타당성이 있을까?
박주정 장학사는 “머리가 길면 호프집 등 청소년 규제 업소에 대한 출입을 막을 수 없다는 학부모들 민원이 많다”면서 “용모가 흐트러지면 탈선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은 대부분 어른들이 갖고 있는 우려”라고 주장했다. 이상규 교사 역시 본인 재직학교의 상황을 근거로 “머리가 긴 학생들의 말썽이 잦은 것이 사실”이라고 연관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방청석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재황(상무고) 교사는 `두발규제와 탈선의 상관관계’라는 논문을 근거로 무관함을 반박했다. 김교사는 국내에 이와 관련된 연구가 부실해 논문을 어렵게 찾아냈다고 부연했다.
김 교사에 따르면 이 논문 작성자가 서울지역 학생 300여 명을 분석해본 결과 “두발·복장 규제는 민주성·참여성을 떨어뜨리지만 비행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는 이어 “대만에선 교육부가 두발규제가 권위주의의 산물이라고 결론짓고 철폐를 지시했다”면서 “우리 교육당국도 학교현장의 판단에만 맡겨두지 말고 제도개선에 직접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방청석의 한 학부모는 “머리를 다듬으면 옷도 갖춰입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어서 공부외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들은 미래를 준비해가는 과정인 만큼 지금은 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자율화든 규제든 규정을 정함에 있어 교육 3자(학생·교사·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출연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정지겸 학생은 “학생들이 규정 제정에 참여하면 지키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이뤄진다”면서 “학생회 등 자치기구에 규정 제정과 단속 등 모든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자 학부모도 “못하게 하면 더 어긋나는 것이 청소년들”이라면서 “머리를 `문제’로 보지 말고 문화로 보자. 문화가 규제대상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상규 교사 역시 “학교현장에서 학생들과 적으로 만나는 현실이 서글프다”면서 “학생들 스스로 책임을 다하면 굳이 규제가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주정 장학사도 “문제는 규제여부가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장치가 학교에 있느냐”면서 “기성세대는 그런 토대만 만들어 주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광주MBC <생생토론 따져봅시다>는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가감 없는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토론 프로그램. 지난 12일 첫방송을 했다. 진행은 아름다운가게 운영위원이며 아이안과 공동원장인 서정성씨가 맡았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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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문제 아닌 문화-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