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책만 빼고 전부 중국산
시의회 조사위, 이틀째 현장조사
“신설학교 교장실엔 사람과 책만 빼고는 모두 중국산이었다.”
이틀째 현장조사를 마친 `신설학교 납품관련 광주시의회의 조사위원회(위원장 김성숙)’ 위원들의 중간평가다. 위원회는 조사 이틀째를 맞은 10일 첨단지구 내 신설 초중등학교 3개교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각 학교 교장실에 납품된 책상이나 책꽂이, 소파 등 대부분이 상표가 없는 데다 수입산 가구 상품목록과 사양이 일치해 국산으로 둔갑한 값싼 중국산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중국산인 줄 전혀 몰랐다”고 말해, 검사 과정의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조사위원들은 특히 이날 일부 학교의 경우 신설 당시 행정실장까지 출석시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강도 높은 감사를 이어갔다.
#물품만 사들이고 타학교로 전출
조사위의 확인결과, A초교 신설 당시 교장의 경우 이 학교에 물품이 집중적으로 들어오는 기간인 2개월 동안만 근무한 뒤, 곧바로 다른 학교로 전보발령이 났고 현재는 정년퇴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성숙 의원은 “일반 물건을 살 때도 A/S기간이 있는데, 학교 신설과정에서 물품구매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관리책임을 질 수 없는 곳으로 곧바로 옮겨간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비싼 사이버칠판 필요하나
신설학교마다 2~4개씩 설치된 사이버칠판에 대해선 그 효용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사용법이 복잡한 데다, 교육현장의 필요성 보다 교육청측이 일방적으로 배정한 데 따른 문제라는 것.
이 때문에 조사위원들은 A초교에서 직접 시연을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교사의 `능숙한’ 시연 앞에 조사위원들은 고개만 끄덕여야 했다.
하지만 사이버 칠판의 경우 교사가 빔프로젝터의 빛을 정면으로 바라본 채 수업해야 하는 구조여서, 빛에 장시간 노출시 시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었다. 또한 전담 교사 외에 일반 교사들은 비교적 간단한 기능만 사용한다면, 비용의 효율성을 볼 때 굳이 고가를 들여 학교마다 설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규격표시도 없는 시방서
B중학교에 대한 감사에선 `엉터리 시방서’가 도마에 올랐다.
캐비닛과 보조테이블 등의 경우 납품업체가 제출한 시방서(제품사양서)에 물품의 구체적인 기능이나 특성 대신 `균열이 가지 않게, 견고하게’ 등으로만 기재돼 있는가 하면, 파티션(칸막이)을 비롯한 일부 품목의 경우 아예 규격조차 표기되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유재신 의원은 “세상에 규격 표시가 없는 시방서가 있을 수 있느냐”며 “이는 납품업자들에게 마음대로 납품하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학교는 학교 신설과정에서 물품 구입시 공개경쟁입찰을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김동식 의원의 질문 결과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학교측 관계자는 “짧은 준비기간 때문에 수의계약이나 조달구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지원액 2배차이…학교 차별하나
2004년 3월1일 개교한 B중학교의 경우 학교 자체 구매와 교육청 구매 물품을 모두 합한 금액이 5억4000여 만원임에 비해, 같은 서부교육청 관할 C중학교의 경우 9억3000여 만원으로 지원액에 두배가까이 차이가 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부교육청 관계자는 “C중학교의 경우 실제 금액은 7억여원이며, 교육감 재량 사업비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위원들은 “학급수나 개교 시기에서 별 차이가 없는데, 교육감이나 교육청 관계자의 재량에 따라 물품구매에 대한 지원액이 이렇게 커지는 것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비판했다.
#감사팀 감사의지 있나
시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의 감사 의지도 지적됐다. 김후진 의원은 서부교육청이 지난 6월 일부 신설학교에 대한 자체감사 당시 `가격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고 했던 점을 들어, “납품 비리의 핵심은 가격에 있고 리베이트 문제도 여기서 발생하는데 가격을 감사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송재선 의원은 특히 이번 조사에서 납품관련 문제가 된 업체들에 대한 일벌백계를 강조했다. 그는 “중국산으로 속여 납품한 업체는 다시 광주에서 발을 못붙이도록 해야 한다”며 “서류조사 결과 이들 몇 개 업체가 신설학교 가구납품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다른 업체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일벌백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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