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유연성이 필요한 대북정책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
허회숙 인천시의원은 ‘6·15 공동선언 기념과 인천시의 섣부른 행보’라는 6월 22일 기호일보 기고문에서 인천시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한 ‘제1회 서해평화와 동북아 협력’ 국제 심포지엄 개최와 관련, 송 시장을 “시정에 힘을 쓰기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관심”이며 “일종의 전략적 프로젝트”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시장 개인의 정치 성향으로 인해 인천시의 발전이 저해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친절한 걱정(?)까지 덧붙였다.
허 의원이 교사에서 교육장까지 교육 관료로 평생을 살아온 것처럼 나도 십여 년 넘도록 학교운영위원, 교육시민운동가, 인천시교육위원, 인천시의원에 이르기까지 교육 문제가 주관심사여서 남북문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주로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입장이다. 그래서 자신있게 남북문제에 대해 본인의 주장을 내세우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정책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세상일에는 ‘명백한 정답’을 발견하기보다는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문제도 그러하다. 강경 대립정책을 펼 것인지, 온건 화해정책을 펼 것인지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 강경정책은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온건한 화해정책은 일방적 짝사랑이 되기 쉽다. 그래서 겉으로 강경정책을 쓰면서도 속으로는 유화책을 준비해야 하고, 화해정책을 채택한 경우에도 대결상황에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경정책 뒤에는 온건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온건정책 뒤에는 강경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강경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바 이러한 강경정책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기에 평화정책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 그러므로 ‘제1회 서해평화와 동북아 협력’ 국제 심포지엄 개최는 결코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없고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유연성을 키우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문제의 온전한 해결 방법을 확신하지 못할 경우 다양한 해결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것 모두 정답은 아닐지라도 남북문제 해결방법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다.
오랫동안 관료사회에서 살아온 허 의원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상명하복’은 관료사회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하급 관료는 위에서 내려온 정책이 자신의 생각과 달라도 거기에 맞추어 일하게 된다. 즉, 상급 관료와 다른 의견을 내기 쉬운 구조가 아니다. 이것은 관료사회의 치명적 단점이다.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이라고 해서 다 올바른 것일 수 없다. 새 대통령이 나오면 전혀 다른 정책으로 바뀔 수 있다. 즉, 현 대통령의 대립적 남북정책이 영원히 지속돼서도 안 되며 영원히 유지할 수도 없다. 모든 정책은 시대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기 위한 일시적 방안일 뿐이다.
또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이라 해서 모든 국민이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복종을 주장하는 관료적 정신은 창의성을 말살시켜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하게 만든다. 모든 국민이 대통령의 하급관료가 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대통령이 강경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인천시장이 온건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나쁘다’고 해서는 안 된다. 강경정책이 영원한 정답이라고 확실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천시장이 대통령의 하급관료일 필요는 더욱 없다.
허 의원은 ‘제1회 서해평화와 동북아 협력’을 시장 개인의 정치 성향이라 폄하했지만 그런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현 대통령의 강경정책도 대통령 개인의 정치 성향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허 의원은 “대통령 개인의 정치 성향으로 인해 한국의 발전이 저해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조언을 언젠가 하게 될지 모른다.
대통령의 정책은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돼 운영되듯이 시장의 정책도 시장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묻어나오게 된다. 이것을 개인의 정치 성향이라 부르든 말든 모든 정책은 그렇게 결정되고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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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유연성이 필요한 대북정책 (기호일보 칼럼 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