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통합교과형논술고사를 왜 본고사라고 하는가?
대학입시에서 본고사란 두 가지 의미로 정의될 수 있다. 하나는 사전적 정의로 본고사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하여 시험을 치르는 예비고사에 대응하는 말로 대학별로 실시하는 입학시험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본고사는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입시에서 다른 어떤 전형자료보다도 대학별 고사가 입시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있다면 그것은 본고사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본고사라는 말은 대학별로 실시하는 논술고사의 형태를 중심으로 판단된다. 즉 논술고사의 유형이 과거 본고사를 통해서 학생을 선발하던 시기의 문제 유형과 내용과 형태에 있어서 얼마나 유사한 가를 중심으로 본고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대학교의 2008년도 입시안 중 통합교과형논술고사를 왜 본고사로 규정하는가?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입시에서 통합교과형논술고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의 본고사와 다름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는 정시모집에서 수능은 일정 등급 이상만 되면 전형 요소에서 제외하고, 내신의 실질반영률도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내신 3-4등급의 차이는 통합교과형논술고사를 통하여 극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서울대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내신등급차이가 3-4등급을 상회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통합교과형논술고사가 당락을 결정하게 된다. 이것은 서울대가 사실상 통합교과형논술고사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으로 서울대학교의 통합교과형논술고사는 내용적으로 명백한 본고사인 것이다.
또 하나는 서울대학교가 추진하는 통합교과형논술고사가 문제의 형태 면에서도 이전의 본고사와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서울대 논술시험은 제시문을 읽고 수험생이 자신의 의견을 쓰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는 2008년도부터는 지금까지의 논술시험 방식을 바꾸어 소위 ‘통합교과형논술고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통합교과형논술고사는 논제의 요구 사항이 다양하고, 제시문의 수가 많고 다양하며, 영어나 추론이 요구되는 다양한 도표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논술시험과 다르다. 즉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고교 교육과정에 기초해 여러 가지 과목을 포괄하는 논제’를 주고 질문에 답하도록 하는 형식으로 논술시험 방식이 변경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제시되는 지문들도 인문계열의 경우 역사와 사회, 언어와 문학, 철학과 예술, 자연과학 등 복합적인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자연계열도 인문과 사회과학, 수리, 과학 등 다양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영어 지문을 제시하고 이에 비판적인 의견을 우리말로 쓰는 유형의 문제가 출제될 것이다.
이것은 이미 본고사를 치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려대학교 등이 2004년도에 실시했던 논술고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려대는 2004년 수시모집 언어논술시험에서 국어와 영어지문 4개를 주고 각각의 글을 요약하고 공통점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는데 문제만 원고지 10장에 이르는 분량이었다. 즉 고려대학교의 2004년도 논술고사는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의 통합교과형논술고사였던 셈이다.
박이선 esp62@hanmail.net(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 이 글은 학부모 신문 8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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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통합교과형논술고사를 왜 본고사라고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