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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4 13:5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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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교사운동본부(펌) |
 체벌금지법과 함께 생각해야 할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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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5 제안
체벌금지법과 함께 생각해야 할 것들
좋은교사운동 정책연구팀
왜 체벌이 문제가 되는가?
우리 학교에서의 체벌 문제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교육관과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교사(스승)는 임금님이나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에 대한 무한 책임과 동시에 무한 권한을 가진 존재였다. 그래서 교사에게는 아이들의 지적인 면 뿐 아니라 도덕적인 면과 인격적인 면까지 감당을 해야 되는 책무성이 요구되었고, 이를 교육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체벌을 포함하여 모든 수단이 다 허용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배웠다는 사람이 저래서 되겠어?”라는 말이나 “우리 아이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 주세요.”라는 말이 나왔고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그리고 학교와 학원과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기도 한다.
또 하나 체벌 문제는 원칙이 아닌 정에 의해 움직이는 우리 사회의 반영이기도 하다. 즉 학교에서 학생이 범하는 많은 잘못들에 대해 세밀한 교칙을 들이밀어 따지고 그 행위에 대한 정확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때로 교사가 임의로 용서해주거나 혹 매를 때림으로 넘어가는 것이 인간적이고 우리의 정서에 맞는 해결 방식이었다.
학교에서의 체벌이 이러한 전통적인 교육관이나 사회적인 정서와 맞물려 있었기에 이전 세대에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체벌이 있었지만 그것은 하나의 ‘교육’으로 역할을 했고, 최소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전통적 교육관이나 사회적인 정서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교사에게 임금이나 부모의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권위 일부를 맡은 자, 국가적 교육의 책임을 맡은 공무원 정도의 권위만 부여하는 것이 국민 일반의 정서다. 그리고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이제는 정이 아닌 법과 원칙에 근거한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학교와 교사 역시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모를 리 없고, 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학교의 기본 체제나 사회가 학교에 요구하는 기본 역할 면에서는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학생들이나 교사들은 힘들어하고 있고, 이에 따른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학교의 구성원 가운데서도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어느 선까지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해석이 없다 보니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고, 이에 따른 혼선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즉 교사가 지도해야 될 영역은 이전과 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체벌은 허용되지만 크게 위축되어 있고, 체벌을 대신할 엄격한 규정을 지키는 부분에서는 교사 자신은 물론이고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익숙해있지 않다 보니, 실제로 교육적으로 중요한 생활지도의 영역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체벌과 관련된 학교의 상황은 체벌금지법이 제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반성과 체제 정비가 있어야 할 상황이고, 체벌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더더군다나 시급히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상황이다.
교사의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자
이와 관련하여 가장 시급히 논의를 시작할 부분은 학교와 교사의 역할과 책임,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우선 현재 학교나 교사가 하고 있는 역할 가운데 교육 본질과 크게 관련이 없으면서도 교사의 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뺏고 교사와 학생의 중요한 충돌지점이 되는 부분들을 학교와 교사의 책임에서 과감히 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복장과 두발, 지각 지도 같은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이 과연 교육 본질과 관련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들의 경험에서 볼 때 이런 부분이 학생들의 정신 상태와 어느 정도의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적인 영역이거나(복장, 두발) 단순히 행정 처리할 부분임에도 마치 교사의 매우 중요한 책임으로 둠으로 인해 많은 체벌이 일어나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육적 만남을 막는 요소로 작용함을 생각할 때 과감하게 제하는 것이 체벌을 없애기 위해서 뿐 아니라 교육 본질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학교나 교사의 지도 범위를 넘어 경찰(법)이나 사회복지의 영역에서 감당해야 할 부분 역시 과감하게 학교와 교사의 책임에서 제해야 한다. 심각한 학교 폭력 사안 등은 경찰(법)이 담당해야할 영역이고, 심각한 가정의 결손으로 인한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문제는 사회복지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부분들까지도 학교와 교사의 책임으로 두다 보니, 실제로 이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체벌만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정말 교육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사의 책임을 더 강하게 묻고, 권한도 분명하게 확보해 주어야 한다. 교과 수업의 질, 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한 지도, 학생상담, 학급활동, 인성지도 등의 영역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부분이 학교와 교사가 감당해야 할 본질적인 업무이자 책임임을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에게 외적으로 드러나는 교육 본질과 거리가 먼 부분이나 교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강조를 하고 정작 중요한 교육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강조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체벌은 교육 본질과 거리가 먼 부분이나 교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까지 무한 책임을 가지고 감당하려는 가운데서 일어나고 있다.
세밀한 규정을 만들어 일관되게 지키자
이렇게 학교와 교사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분명하게 하는 일과 동시에 필요한 것은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본질적인 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규정을 매우 상세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물론 이러한 규정의 제정에는 교사들 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여 학교의 구성원들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규정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규정을 모든 교사가 일관성있게 지키는 풍토 조성을 통해 교사 개개인의 인격이나 가치관을 넘어서 학교의 교육적 규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10여 년 전부터 체벌에 대한 대안으로 상벌점제를 운영해온 학교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비교적 성공적으로 체벌을 없애면서도 교육적 질서 가운데 학교 구성원들의 높은 만족을 얻는 학교를 보면 학교 규정이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는 것과 모든 교사들이 이 규정을 지키려는 일관성있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학교임을 알 수 있다. 이들 학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관련한 규정을 세밀하게 만들고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처음에는 교사에게나 학생에게나 피곤한 일이지만 적응이 되면 모두가 편해 한다는 것이다.
비인격적인 만남과 무관심이 난무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학교의 체제가 체벌을 금지하는 대신 교사에게 교육 본질적인 요소만 맡기고, 세부적이고 엄격한 규정을 통해 학생을 지도한다고 할 때,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너무 사무적이고 비인격적으로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즉, 교사가 아이들에게 수업만 가르치고, 생활지도 면에서 기계적으로 벌을 주는 선에서 자기 역할을 제한하고 실제적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함으로 인해 교육이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는 교사에게 맡겨진 본질적인 교육 활동에 대한 엄격한 책무성의 요구와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사의 발목을 잡고 교육의 본질과 무관한 영역이나 교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이 제외된 만큼, 이제는 교육 본질의 영역인 수업의 질, 부진아 지도, 학생들과의 인격적 만남, 남에게 피해를 주는 태도에 대한 지도, 상담과 학급 활동 등에 대해서는 양적인 차원이 아니라 질적인 깊이를 요구해야 한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이 부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같은 것을 실시하는 것이다.
둘째는 교사 단체들을 중심으로 체벌 금지나 세밀한 규정 제정 및 적용이 학생들과의 관계를 비인격적으로 만들지 않도록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아이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 교육 외적 요소들을 핑계하지 않고 교육 본질의 영역에서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채워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발적인 노력의 유무는 우리 교원 사회의 의식과 수준을 평가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 좋은교사운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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