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개정 교육과정의 국영수 편중에 대한 교과부의 안일한 인식과 대응은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교과부의 교육철학 부재를 그대로 드러내줄 뿐입니다
▲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인한 국영수 편중 현상에 대한 교과부의 원인 인식은 현실을 왜곡하고 있음
▲ 교과부는 국영수 이수 단위 상한제를 통해 학교별 교육과정 자율화가 왜곡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함
▲ 교과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교사들의 지위 불안정 우려 차원에서 보지 말고, 국가 교육과정이 추구해야 할 교육철학 차원에서 보면서 대안을 내놓아야 함.
교과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시행 유보 또는 보류를 주장하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중단없이 추진하되 안정적 정착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학교 교육과정의 국영수 편중 현상과 기타 과목 축소, 이로 인한 교육과정의 왜곡 현상에 대해 학교에 자율권을 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거나 축소된 교과는 시대적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거나 국영수 편중은 기초과목 강화를 위한 현상이라고 해석하는 등 지극히 무책임하고 왜곡된 인식을 나타내고 있고,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어떻게 균형잡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대안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도 교원수급차원에서의 접근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미래 사회를 대비해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차원의 고민은 전혀 없다.
실제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첫 해인 2011년도에 시행될 전국 중학교 교과별 수업 시수 조정 계획을 보면 영어(70%), 수학(57%)을 대폭 증배하고, 도덕(30%), 기술·가정(39%), 선택과목(59%)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중학교 단계에서 요구되는 기초·기본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며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영어와 수학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것은 기초·기본 교육 강화와는 전혀 무관하다. 중학교 단계에서 강화해야 할 기초·기본 교육은 도덕을 통한 인성교육, 기술·가정을 통한 생활 교육, 다양한 선택과목 확대를 통한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대응이다. 학교에서 영어와 수학을 더 강화하는 이유는 교육 본질적인 이유에서가 아닌 교육의 본질에서는 벗어나더라도 현실 입시 교육을 더 강화하기 위함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 사실을 교과부는 애써 왜곡하고 있다.
동시에 교과부는 도덕과 기술·가정, 선택과목의 축소가 급변하는 교육 수요자의 선호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현 정부로 들어오면서 급변하는 것은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더 심화된 것밖에 없다. 이번 수능 개편안에서 국영수를 대폭 강화하고 사회와 과학 계통 과목을 대폭 축소한 것에서 드러나듯 교과부가 국영수를 입시에서 더 높은 비중으로 두고 있는데 학교 현장과 학부모, 학생들이 어떻게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있는가? 혹 도덕과 기술·가정, 선택과목의 내용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굳이 이 교과들 외에 다른 교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과들의 내용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고쳐 담으면 되는 것이지 과목을 축소하도록 유도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선택과목의 경우 오히려 더 다양한 과목을 많이 개설하고 선택하게 하여 시대의 변화를 담을 수 있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축소하고 영수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또 교과부는 학교가 영어, 수학 시수를 늘리고 강화하는 것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 끌어들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공교육에서 영어와 수학의 비중을 높일수록 이와 관련된 사교육은 더 늘어나게 마련이다. 더 강화된 공교육의 영어, 수학 비중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지금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강조된 영어와 수학의 비중을 대폭 낮추거나 학생들의 진로에 맞추어 꼭 필요한 학생들만 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면 된다. 그래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영어와 수학에 대한 사교육 흡수는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다른 교과목을 줄이고 영어, 수학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방과 후 학습을 통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교에 교과목 20% 증감 자율권을 준다고 했을 때, 우리 나라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국영수 편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교과부에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한 학기 이수과목 8개 과목으로 제한, 수능과목에서 탐구 영역 1개 교과만 선택 등의 조치를 잇따라 내놓음으로써 20% 자율권을 국영수 강화에 사용하도록 하는 메시지를 주었다. 이러한 교과부의 대응들은 교과부의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의도가 결국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을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교과부는 이러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국영수 편중 현상은 학교 현장에서 교과부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교과부의 의도는 결코 국영수 편중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별 교과별 수업 시수 20% 증감의 진정한 의도가 획일적인 국영수 편중에 있지 않고, 학교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 다양화에 있다면 국영수 이수 단위의 상한선을 정해주고 그 범위 내에서 학교가 마음껏 다양성을 발휘하게 하면 된다. 이것이 학교 현장이 요구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 분명한 해답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의도를 이야기하고 오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한 가지 교과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 현장의 요구를 단지 교원의 수급 문제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물론 선택률이 낮은 교과목 교사들의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반발의 핵심은 단지 교사의 밥그릇을 지켜달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2009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 학교 현장의 반발의 핵심은 초중고등학교에서의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교과부의 철학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즉, 학교 현장은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반드시 배워야 할 교과의 요소들을 균형있게 배우도록 해야지, 도구과목이 국영수에만 치중된 교육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자율성은 필요하고 아이들의 학습부담 경감도 필요하지만 이것의 핵심은 오히려 필요보다 지나치게 강화된 국영수의 비중을 축소하고, 실제 아이들의 삶과 사고, 지성과 감성, 인격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교과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선택, 자율성은 아이들의 진로와 연관해서 필요한 각자에게 필요한 과목들을 더 심화시켜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더 다양한 교과들이 자유롭게 신설되고 이에 대한 아이들의 선택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현재 2009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직시하고, 이를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직시와 대안 강구를 하지 않으면서 2009 교육과정의 안정적 정착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교과부의 보다 진정성 있는 반응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0년 9월 10일
(사)좋은교사운동
|
|
|
자유게시판
132
7
7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국영수 편중에 (교육철학부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