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판치는 학원 스포츠
얼마 전 이명박 정부가 개각을 하는 과정에서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여러 비리에 연루돼 낙마했다.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위장취업, 탈세 의혹은 기본이고 논문표절 따위는 덤이었다.
어느 후보자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의 교훈을 충실히 실천한 이력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가히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아는 자’의 놀라운 행동력이 아닐 수 없다.
자식의 장래를 위해 위장전입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비단 고위 공직자뿐 만 아니다. 야구 판에도 ‘위장전입’이 횡행한다. 학생야구계의 비리는 위장전입이나 진학 과정에서 툭하면 불거지는 금전수수 스캔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서울 시내 모 고교에서 빚어진 학부모와 야구감독 사이의 부적절한 금품수수와 성 접대, (동문회나 학부모가 지원한) 후원금 횡령 의혹 따위가 그같은 비리의 표본이다. 대학 진학 시 실력 있는 선수에게 금품을 건네고 동승하는 ‘끼워 팔기’ 또한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진학 비리이다.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야구를 월등히 잘한 선수들은 대개 해묵은 선수들이 많았다. 또래에 비해 체구가 유난히 크거나 힘이 센 선수들은 십중팔구 유급생이었다. 고교 3학년 과정을 다 마쳤는데도 불구, ‘자의반 타의반’으로 1년을 더 다니다 보니 자연히 실력이 앞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위장전입’은 일부 극성스런 학부모들과 지도자들이 유착, 편법으로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 다른 시도로 전학을 할 경우 임시로 옮기는 학교의 감독 집으로 주소 이전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중, 고교 야구선수들의 전학은 대개 몸담고 있던 학교에서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감독에게 밉보여 뒷전으로 밀려난 선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는 스카우트 싸움에 얽혀 유망주 빼내가기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도 있다.
대한야구협회 김용균 운영팀장은 “초등학교 6학년생이 10차례를 학교를 옮기는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대한야구협회는 무분별한 선수 이적을 막기 위해 선수 이적 시 ‘서울에서 지방학교로 갈 경우 6개월, 지방에서 서울 소재 학교로 이적할 경우 1년 출장금지’의 재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김용균 팀장은 “그나마 이런 재제규정이 있어 무분별한 이적이나 무질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고의적인 유급’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를테면, 질병을 핑계로 유급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야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당해 연도 8월31일까지 진단서를 내면 유급이 가능하다.
대한야구협회는 2011년부터 고교야구 주말리그 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주중에는 학생들이 학업에 충실하고 주말에만 대회에 출전토록 하는 이 제도는 일선 고교야구 감독들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학원스포츠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야구협회는 강행키로 했다.
대한야구협회 이상현 사무처장은 “주말리그 시행에 즈음해 선수등록 규정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전제, “중, 고교선수들의 이적에 따른 유, 불리나 유급의 범위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적에 의한)대회 출전의 기본적인 제한 문제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상현 사무처장은 “사실 주민등록의 편법 이전은 협회로서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소속 학교나 해당 시도지부에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도록 해야만 한다.”고 편법 이적의 적발 한계를 토로했다.
비리와 편법으로 얼룩져 있는 학원스포츠가 고교야구의 시범적, 실험적인 주말리그 도입으로 참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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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와 편법으로 얼룩진 고교 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