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권리헌장에 대한 우리의 입장
5월 15일 대구시 교육청은 대구교육권리 헌장을 공포하였다.
우리는 학교가, 인권이 지켜지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인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가르치고 학습하는 장소가 되기를 염원해왔다.
실제로 이러한 가치의 실현을 위해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인권을 바로세우기 위한 많은 움직임들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구시 교육청이 이번에 공포한 대구 교육권리 헌장은, 명시적 선언일 뿐, 제도적으로 강제할 아무런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아 우리는 이 헌장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조례가 아닌 헌장은 교육청과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인권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면 단순한 선언 이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단순한 선언 자체로 그치는 교육헌장일 뿐이라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비교육적 행태라고 생각한다.
우리회는 대구교육권리헌장 T/F팀에 참여하여 비록 조례가 아닌 헌장이라고 할지라도 인권에 충실한 내용을 담기 위해 노력을 다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학부모 권리 부분을 비롯하여 일부 의미 있는 내용이 들어가기도 하였지만 몇몇 규정은 인권에 반하거나 오히려 권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내용이 그대로 수록된 점에 대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특히 학생 권리 부분에서 그동안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 받아온 두발단속이 학교 현장에서 그대로 지속될 수 있도록 제정된 부분에 대하여 우리회는 개탄의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제 3조. 개성을 실현할 권리’에서 학생의 두발 부분은 학교 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학교 규정으로 두발 단속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은 현재의 두발 단속관행을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 타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개인의 머리카락 길이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두발이 학습범위’ 라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발 단속을 학교규정에 맡긴다는 것은 권리선언 전체의 의미를 허무는 매우 반 인권적인 부분이다.
학생이 참여하는 학교 규정이라고 하지만, 학생 참여의 내용과 방법, 그리고 의사결정과정이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자의적이어서, 학교규정을 제정하는 일에 학생이라는 이름을 형식적으로 빌려서 쓰는 정도일 뿐 확실한 학생의 의사결정 참여라는 의미를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대구시 교육청은 일련의 연이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교육계에 치명적 오타를 남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조례도 아닌 헌장에서 조차 개선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거듭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
덧붙여 우리는 오늘 ‘교육권리헌장’ 공포가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논의와 수정과정을 거쳐서 좀 더 실질적인 인권조례제정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2012. 5. 15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대구지부(대구참교육학부모회)
|
|
|
알림/소식
344
18
5
대구교육권리현장에 대한 우리의 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