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그리고 얼치기 몽상가
오늘 하루 종일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애꿎은 죽음을 애도하기라도 하듯 봄비는 처량하게 내렸다.
한국군이 주둔하는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 공군기지 앞에서 지난 달 27일 현지 테러단체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한국군 병사 1명이 숨졌다.
숨진 이는 다산부대 윤장호(27․ 통역병) 병장이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억울할까?
국제 비즈니스맨을 꿈꿨던 젊은이가 희생되었다. 병장에서 하사로 추서하고, 국립 대전 현충원에 시신을 안장하고, 유가족에게 위로금과 매달 연금을 준다고 한다. 뉴스 시간에 위로금과 연금 액수를 정확히 보도하는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욱하고 역겹다.
왜 죽어야했을까?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정부란 왜 존재하여야 하는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국가나 정부를 위해 국민이 필요한 것인가? 왜 먼 이역에서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죽음을 우리의 젊은이에게 겪게 하는지, 일제 강점기 아래에서 신채호 선생님이나 김산이 꿈꿨던 무정부주의가 이해가 된다. 이러자고 우리가 그래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올 거라 믿으며 성실히 일하고 밤낮으로 일해서 세금 내는 것이 아니다.
무덤 안에 있는 정약용 선생님이 기절하셨을 것 같다. 자신의 호가 파병부대 이름으로 사용될 줄 어이 알았으리. 명분 없는 전쟁에 들러리로 따라가는 부대이름으로 말이다.
윤 병장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갈 그의 부모님은 산목숨이라도 산목숨이 아닐 거다. 오열하는 그의 부모님을 보며- 자식 가진 부모의 마음은 같기에 - 이 놈의 세상, 개떡 같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속에서 마구 치밀어 올라온다.
5년 전 기대를 철저히 무너뜨리는 그 동안의 상황들 앞에서 꿈꾸기를 멈추지 못하는 얼치기 몽상가는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뭐가 제대로 바뀐 게 없다. 오늘 신문을 보니 어제(3․1절) 현역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이 무더기로 골프장을 찾았다 한다. 골프 못해서 죽은 귀신이 있나보다. 이러니 어느 부모인들 자식을 군대에 보내싶을까? ‘파병반대 국민행동’에 그들이 동참은 못할지언정, 그러면 안 된다. 물론 장성들의 자식이 그랬다면 한가하게 골프 치며 시간을 보내지 않겠지. 적어도 직속 부하는 아닐지언정 당신들을 믿고 보낸 고통 받는 유가족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다.
한․미 FTA 협정이 이 달에 결판난다고 한다. 미국화를 우려하는 몇 몇 뜻있는 이들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우리가 모두 나서서 협정이 체결되지 않도록 나서야한다.
평택 대추리 주민들이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국방부와의 협상 끝에 자진 이주라는 이름하에 또 쫓겨나가야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H당 덕분에 누더기 법안이 될 것 같다.
후~~~ 이 얼치기 몽상가는 힘닿는 데까지 얼치기 몽상가의 본분을 다하며 살아가자 스스로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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