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 (2011.2.15.)
사교육비 감소 원년이라는 평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 통계를 자세히 보면 사교육비 총액의 감소를 정부 사교육 대책의 의미 있는 정책 효과로 보기에는 어려운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 영어, 수학 사교육비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났으며, 사회와 과학 사교육비가 감소하여 영어와 수학 강화 현상이 사교육비 통계로도 드러났습니다.
▲ 고교 입시 변화에 따른 특목고 대비 사교육비 감소와 참여율이 감소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고교 입시 변화의 정책 효과를 강조하면서, 한편에서는 자율고에 선발권을 부여하거나 평준화에 제동을 거는 것은 상호 모순이 되는 것입니다.
교과부는 2011년 2월 15일 사교육비 통계 조사결과를 통해 사교육비 총액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감소하였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정부의 사교육 정책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하지만 교과부가 전면으로 내세운 수치와는 달리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 사교육 대책이 의미 있는 정책 효과로 나타났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요소가 많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평가와 접근이 필요합니다.
■ 전년대비 과목별 월평균 사교육비 영어(8.0→8.0만원), 수학(6.7→6.8만원)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증가하였으며 사회․과학(1.6→1.4만원), 음악(2.1→2.0만원)에서 감소함
교과부는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하면서 총액이 7,541억원이 감소하였으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0.2만원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만을 가지고 사교육 대책의 정책효과를 내세우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우선 학생수 21만명 감소효과에 따른 감소액 약 5,891억원을 고려하면 학생 1인당 사교육비 감소로 인한 감소액은 약 1,65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이런 감소된 영역도 사교육비 부담과 학습부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어와 수학이 아닌 사회와 과학에서 주로 줄어든 것(총액 7천억 중 2천억 정도 감소)으로 나타나 최근 학교 현장에서 우려로 지적되온 영수 강화와 탐구과목의 축소 현상이 사교육비 통계로도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현 정부 들어 영어와 수학 사교육비 총액이 2009년까지 1조8천억 정도가 증가했던 것을 고려하면 영어와 수학 사교육비 총액이 1천5백억 정도 감소한 것은 감소가 아니라 아직도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 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총액이 감소한 것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감소 효과와 월평균 사교육비가 그대로이거나 늘어난 것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감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사교육없는학교의 1년 예산이 600억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감소한 사교육비 총액도 상당 부분은 세금에 의한 대체 효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 고교 입시 변화에 따른 사교육비 감소와 사교육 참여율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 그러나 사교육비 총액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음
통계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중학교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26→25.5만원, -1.9%)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특목고를 희망하는 중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11.3%)와 강남지역의 1인당 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작년에 정부가 도입한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정책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소득수준별 월평균 사교육비 및 참여율에서 100만원 미만의 소득수준을 제외한 모든 소득수준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및 사교육 참여율이 각각 감소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의 과목별 월평균 사교육비 감소가 사회․과학(2.8→2.4만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영어(9.0→9.1만원)와 수학(8.9→9.0만원)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특목고 입시 대비 학원이 타격을 받은데 비해 학교수업보충 목적(내신대비)의 사교육은 증가(’09년 72.3%→ ’10년 75.1%)하였습니다. 이는 고교 입시의 변화가 사교육 총액 감소로 이어지기보다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고교 입시 변화에 따른 정책효과를 강조하면서 자율고 선발권 부여를 검토하거나, 경기․강원 등의 지역에서 추진하는 평준화에 제동을 거는 것은 상호모순임
교과부는 사교육 경감 효과의 주된 이유를 고교 입학 전형 개선으로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선발권에 대한 일정한 규제를 가해야 사교육이 잡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교과부의 말대로 정책효과가 있었다고 인정한다면 평준화를 확산시키고, 자사고에 관한 선발권을 제약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과부의 정책을 보면 평준화를 막고 있으며, 자사고에 선발권을 주려 합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사교육비 경감 정책의 효과를 자랑하면서 정작 그 효과를 만들어낸 정책을 철회하려는 것이 올바른 것입니까? 교과부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교과부의 정책목표가 사교육비 경감인지 아니면 학교 간 입학 경쟁을 통한 서열화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일관된 정책 시그널이 필요합니다.
■ 사교육비 감소 성과지표에 지나치게 연연하기 보다는 ‘사교육비 절반’을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과 일관된 정책이 필요함
전체적으로 볼 때 사교육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총액과 월평균 사교육비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이며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를 전반적인 사교육 대책의 정책효과가 나타나면서 결정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가 있습니다. 이른바 ‘풍선효과’는 계속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체감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은 감소되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교과부는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지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인 ‘사교육비 절반’을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일관된 정책적 접근과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능과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대입전형의 개선, 교육과정과 내신평가제도의 개선 등을 추진하면서 창의․인성교육을 실현하려는 교과부의 정책방향과 시도는 긍정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고 이에 따른 서열화가 확대되면서 경쟁은 오히려 격화되고 국영수 중심의 문제풀이 교육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입니다. 교과부는 정책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불일치를 최소화하면서 우리 교육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적 노력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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