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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허물어야 학생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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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6 조회 : 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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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허물어야 학생이 보인다
권 춘 현/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정책국장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
대부분의 학생들은 남들이 가기 때문에, 대학진학 때문이라고 한다.
교육관료,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대학입시라는 경쟁판에 메몰되어 있다. 1점이라도 더 따는 것이 목표이므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결국엔 수능부정이라는 사회악이 등장하는 것이다.
학교 담장 안은 스파르타식 입시학원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중․고등 학교건물 대부분은 아직까지 일제시대와 군사문화의 잔재를 그대로 지닌 채, 흰색, 회색, 미색으로 우중충하게 칠해진 성냥갑같은 사각건물이다.
높은 담장 안에서는 감옥이나 군대에서 볼 수 있는 처벌과 통제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현관을 들어서면, 학생을 통제하기 쉽게 골마루를 따라 교실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어떤 교사들은 교도관과 비슷한 얼굴로 회초리나 막대를 들고 다니며, 때리기도 한다. 아침 등교시간이면 교도소에서 점호하듯이 복장검열을 하고, 심한 경우엔 학생부장교사가 가위나 바리깡으로 머리에 고속도로를 내기도 한다.
학생들은 미래를 위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극소수의 일류대 합격자를 제외하면 미래 또한 보장받지 못한다.
이제 꾹 참고 노력하면 너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짓말의 실체를 바로 봐야 한다. 무한입시경쟁은 대부분의 학생들을 새벽부터 저녁까지 학습노동에 혹사시키고 있으며, 이를 핑계로 온갖 비인권적 행위가 용납되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경남지역 학생인권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유교문화, 일제 식민지문화, 군사문화와 학벌중심사회, 대학입시위주교육 등에 포위되어 있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에 있는 우리 지역의 학생인권 현실을 학교현장 중심으로 살펴보자.
1. 쉴 권리
“강제학습은 아동학대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아동의 권리협약 제31조에서는 모든 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며,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고등 학생들은 8시 이전에 등교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강제 보충,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3의 경우, 일요일, 방학, 휴일까지 반납하고,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과로를 하고 있다. 거기에다 심야학원까지 다니느라 잠잘 시간이 늘 부족하다.
학교장들은 교육부 지침조차 무시하기도 한다. 2002년 4월, 마산시내 고등학교 교장회는 당시 금지된 보충수업실시를 위한 공문을 시내 각 고등학교에 돌렸다가 말썽을 빚자 철회하기도 했다.
2004년 4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규수업 전 0교시 수업과 오후 7시 이후의 보충학습, 오후 10시 이후의 자율학습을 지양한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실행되는 모습은 전혀 달랐다. 서울시교육청은 0교시와 오후 10시 이후의 야간자율학습을 금지 했지만,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이 틈을 타 일부 인문계 고등학교들은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0교시 수업’을 강행하고,기숙사를 만들어 일류대 진학반을 운영하는 등, 스파르타식 학원으로 만들고 있다.
2. 폭력으로 부터 해방될 권리
“사랑의 매는 없다”
체벌이란 학생에게 육체적 고통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하며, 일본의 체벌금지법에는 오랫동안 서있게 하는 행위‘도 체벌로 간주한다.
2004년 11월 29일 서울북부지법은 교사의 과도한 체벌에 대해 피해자에게 650만원을 배상하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도내에서는 지난해 창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어린 학생을 때려 병원에 입원하는 등 체벌이 만연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은 교육적 체벌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고, 도내 각급 학교에서도 학생생활 규정을 통해 체벌을 용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부산시는 59.3%의 학교가 체벌을 금지하는 반면에 경남도는 74%가 체벌을 허용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부산시교육청이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지난 2001년부터 폭력없는 학교만들기운동을 벌여, 교사들도 폭력의 일종인 학생체벌을 줄여나가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또한 학생체벌과 같은 인권침해와 무관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자치활동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들의 자치활동은 헌법상의 기본권이며, 민주시민양성이라는 교육의 기본목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진주 YWCA 설문조사에서는 학생회나 학급회의를 대다수 학생들이 관심없어 하거나,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사들의 인식 또한 일방적인 지시전달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육의 주체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운영을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회 또한 법제화되어 있지 않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칙과 학생생활규정을 정할 때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학교는 없다.
4. 개성발현권
“두발․복장단속 이제 그만!”
지난 2000년 9월, 진주여고가 경남에서 처음으로 두발자유를 실시했다. 당시 학교장, 교사, 학생, 동창회, 학운위 대표로 구성된 ‘학교생활지도규정심의회’가 함께 의논한 결과, 귀밑 3센티미터로 제한하던 머리길이를 자유화한 것이다. 일부 어른들은 아이들을 풀어주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지나친 두발과 복장을 자제하기로 스스로 결의하고, 이를 지켰다. 그러자 시내 여중학생들이 가장 가고싶은 학교로 주목했으며, 진주여고 학생들도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얼마 뒤, 학교장이 바뀌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같은 해 10월, 전국중․고교생들의 두발철폐운동(No cut!)에 힘입어 교육부가 학생들의 충분한 토론과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스스로 규정을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두발자유화 바람이 부는 듯 하더니, 잠잠해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머리카락 길이를 규제하는 학교가 85%를 넘었으며, 일부학교는 속옷 색깔까지 회색이나, 분홍색으로 제한 하는 등 구시대적인 규제가 여전했다.
현재의 학칙과 학생생활규정은 시대에 맞지 않다. 지난 2001년, 진주시내 11개 중 고등학교 학칙을 분석해 보았더니, 대부분의 학교가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비슷했다. 그 이유는 수 십년 전 학교 설립 당시, 학칙 예시안 베껴 학교 이름만 바꾼 채 공포한 것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수 십년 된 학칙에 일제 식민지문화와 군사문화 향수를 지닌 학교장이 학교운영을 독점하고 있어 학생인권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5.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
“매년 되풀이 되는 안전사고와 급식사고”
2004년 10월 사천 모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현장학습(가을소품)과정에서 익사했다. 학교 측의 답변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4월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했던 결과를 현장학습 이틀 전 열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갑작스레 변경하였다. 날짜를 하루 늦추었고, 장소도 변경하였으며, 일부 학년은 버스 대수를 무리하게 줄여, 버스 한 대에 60명이 가까이 타도록 했다.
경남도교육청의 지침은 현장학습 시 사전답사와 점검을 의무화하라고 했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감독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급식사고 또한 학부모와 학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진주시내 모 사립고등학교는 급식위탁업체와 11년짜리 수의계약을 했고, 또 다른 사립고등학교는 10년짜리 수의계약을 했다. 2002년 3월, 경남도에서는 학교공사와 급식납품 비리로 59명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는데, 그 중 진주에서 불구속 입건된 두 사람 모두 사립학교 행정실장이였다.
안전한 먹거리를 지원하기 위한 경남도급식조례는 도교육감이 대법원에 제소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급식조례가 통과된 진주시는 급식지원을 미루고 있다.
무엇부터 할 것인가
먼저 담장을 없애는 일이다.
진주교육청이 높다란 담장을 헐고 나니 다들 속이 시원해졌다. 그 높은 담장 때문에 괜히 주눅들고, 들어가기 꺼려했는데, 이젠 당당하게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를 숨겨야 할 필요가 있을까?
담장을 없애면, 그동안 높은 담장 안 컴컴한 곳에서 규율을 잡는 학생부 선생님들이 어색할테고, 단체기합 같은 것도 부끄러워서도 못하게 될 것이다.
2004년 11월 초, 경남도교육위원회가 도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안 중에서 담장허물기 사업비를 전액 삭감한 것은 유감이다.
학생회를 활성화하고, 학교운영에 학생들의 참여를 공식화하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내용은 전부가 학생들과 관련되어 있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결정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 학생들을 자기결정도 못하는 바보로 만드는 것이 지금의 교육현실이다. 그래서 대학 가서도 자기주도적인 학습에 익숙하지 않아 방황하고, 전과하거나 편입하는 등 허송세월하기 일쑤다.
미국, 스웨덴에서는 학생대표가 교사회 학부모회와 함께 공동학칙을 제정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도 동등한 자격으로 학교협의회에 참석해 학칙제정 등 학교운영에 참여한다고 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학생대표의 참여를 공식화하고, 학생회에서 수렴된 의견들을 학교운영심의에 반영하는 것이 민주적인 학교운영의 첫걸음이다. 그 자리에서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축제를 같이 의논하고, 학칙과 학생생활규정도 개정하게 된다면 살아있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름뿐인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해체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산하에 고충처리소위원회를 구성하자.
인권보호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침해사례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하는 것이다. 학교에는 이러한 인권침해와 학교분쟁을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심각한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권한을 가진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위원회가 있는 지조차 모른다.
인권침해를 가하는 폭력교사나 학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지만, 학생 학부모는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다. 학교상담실은 문이 닫혀 있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돼 이용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체벌은 미개국 문화다. 당장 체벌을 금지하자.
우리도교육청에서는 가급적 체벌을 지양하며 꼭 필요한 경우에는 체벌규정을 준수한 교육적 체벌 외는 폭력 행위로 간주한다는 내용과, 학생의 인격을 고려하여 학생의 잘못에 대해 교사는 이해와 설득으로 학생지도를 하도록 강조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로 부상이 없도록 행정지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부모님의 말씀을 참고하여 체벌이나 부상학생이 없도록 지도해 나가겠습니다. 경남도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 7234 답변
이것이 교육관료의 생각이다. 글을 올린 학부모는 자녀와 친구들이 허벅지에 시퍼런 피멍이 들 정도로 체벌을 당해 이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는 데,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서 처벌하겠다는 말은 없고, 걱정하지 말라고만 한다. 그러니까 체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포장하고, 이를 학교에 전달하는 일부 학부모들도 있다. 우리 아이를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 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좋은 대학 보내달라는 것이다. 거기에다 많은 교사들은 체벌을 필요악이라고 한다.
체벌 아니면 방법이 없는가?
손쉽고, 바로 효과가 느껴지는 체벌에 익숙해지면, 대화와 자기반성의 기회 등은 무시된다. 미개인이 되는 것이다. 그건 개인의 퇴보이고, 우리 사회의 퇴보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해결해야 할 학생인권침해는 부지기수다.
학생개인의 프라이버시가 NEIS에 노출되어 있으며, 도내 평준화지역 입시명문고등학교들은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생개개인의 성적 정보를 허락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빈곤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장애학생들은 입학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또한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특수학급이 줄어들어 통합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각종 유해환경과 성폭력에도 노출되어 있으며,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쉼터 같은 청소년 시설이 태부족이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착취 당하기도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인권침해는 더욱 심각하다.
무엇 때문인가? 지금의 학교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업분위기를 만든다는 명목 하에 학생의 인권이 무시되고, 실업계 교육은 관심 밖에 있다.
이제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국내 총생산의 6%를 교육예산으로 하겠다던 참여정부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40명이 넘는 도심의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교원을 확충할 수 있다. 잘못된 대학입시제도와 대학서열화, 학벌사회를 우리 힘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등한시 해온 인권교육이 절실하다. 교육관료와 학교장․교사․학부모․학생 모두가 ‘교육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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