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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박사 강의박탈과 부당해고에 대한 5차 기자회견문>
-대학에서 비판의 자유가 사라지면 사회의 참사는 계속됩니다-
안타깝고 어이없는 죽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 7월 18일 충남 태안 안면도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숨졌습니다. 교관지시에 따라 구명조끼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당한 사고입니다. 올해 2월 17일에는 경북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목숨을 잃고 204명이 다쳤습니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교사 339명 등 추정 476명의 승객 가운데 292명이 죽고, 12명은 주검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종자를 찾던 잠수사 2명도 사망했습니다. 한 달 뒤인 5월 26일 경기 고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불이나 7명이 죽고 24명이 다쳤습니다. 이틀 뒤인 5월 28일에는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불이나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습니다. 한달 뒤인 6월 21일 강원 고성 군부대에서 총기난사 사고로 군인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또 2012년 9월 이후부터 현대제철 공장 산업재해로 죽은 노동자가 14명입니다. 이 사고들로 확인된 희생자만 357명, 다친 사람 246명, 주검도 찾지 못한 사람이 12명, 모두 615명의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전쟁터가 아닌 나라의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죽음입니다.
이 희생의 뒤에는 공통적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강요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위로부터의 명령에 순종해온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터무니없는 죽음입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막으려는 대학생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이것이 나라입니까? 우리가 국민입니까?”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해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이 수많은 죽음에 대해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죽음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기묘한 비극이 끊이지 않는 나라. 결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닙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강요 뒤에는 이윤에 대한 집요한 탐욕이 있습니다. 을에 대한 갑의 횡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의한 것, 부정한 것, 비합리적인 것에 대해서 굴종과 침묵을 가르치는 잘못된 교육이 있습니다. 그 뒤에는 교육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침묵의 카르텔 ‘교피아’가 있습니다.
교육권력을 장악한 재벌과 교육관료의 야합은 신성한 교육현장을 마르지 않는 돈줄로 만들었습니다. 이 돈줄을 지키기 위해 불의를 불의라고 하거나 비리를 비리하고 하거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거나 학생들에게 위험이 닥치면 피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모조리 교단에서 내쫓기고 있습니다. 지도교수의 강요에 의해 10년간 54편의 논문을 대필하고 항의해서 자결한 고 서정민박사, 건국대의 교재비리와 성대 등 대교협의 교수임용 방해 카르텔을 고발하고 자결한 고 한경선박사, 프랑스어 시험시간에 영어시험지를 주라는 이상한 지시를 거부했다가 해고되어 꿋꿋이 싸우고 있는 이화여대 남봉순 박사님, 학생들에게 토론과 비판정신을 가르치다 해고된 고려대 김영곤 선생님, 이 희생과 투쟁의 결실을 맺기 위해 7년째 천막농성중인 김동애 전 한성대 교수님…. 교피아는 이들 양심적 지성이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칠까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다가 조그만 사안이 생기면 화들짝 놀라는 척 호들갑떨며 ‘해고’를 남발합니다.
오늘 여기에 선 류승완 박사도 그 하나의 사례입니다. 교육행정권을 남용해서 이미 배정된 강의를 빼앗고도 그런 일 없다고 거짓말을 해서 2년여 동안 1인시위를 하게 만든 성균관대 학교법인. 언론인터뷰에서 류승완박사가 삼성CEO를 비난했다며 교수들 이름을 빌어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구걸하다 거절당하자, 류승완 박사를 보복성 해고하고, 이를 알리지 않은채 류박사에게 정정보도 요청서를 요구한 유학대학 일부교수. 부당해고 책임을 전가시키기 위해 교수회의록에 참석하지 않은 지도교수의 이름을 써넣은 교직원. 계약서에 근로계약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근로자가 아니라는 성대 대리인의 주장. 소위 사실확인서라는 형식을 빌어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양 호도하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증언대에까지 섰다가 증언을 안하겠다고 돌아선 유학대학 일부교수. 이것이, 대학입시와 등록금을 사실상 통제하는 대교협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성균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현직 삼성전자 전무와 상무보가 학교법인 성균관대 상임이사와 사무국장을 맡고, 이사장은 총장 임기 중에 성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이사장이 되어 교수보직을 임명하면서, 그 교수에게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현실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삼성은 성균관대에 삼성전자 직원을 파견해놓고, 삼성생명 공익법인 소속 삼성의료원 임상강사를 성대 교수인 것처럼 기망해서 수백억의 나랏돈을 챙겨오다 감사원에 적발되었습니다. 지난 15년간 매년 650억원 가량의 돈을 법인회계에서 ‘전출금’ 명목으로 삼성의료원에 빼돌려 합계 9천억원 가량의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패한 교피아가 대학교육을 장악하고 학생들에게는 침묵을 강요하고 조금이라도 진실을 말하는 강사들은 교단에서 내몰고 있습니다. 해고는 사회적 살인행위입니다. 성대 일부교수가 부당해고에 가담하고 그 진실을 기망 또는 은폐하려한 행위는, 교육자나 학자이기보다는 부패한 이권집단에 가깝다고 할 것입니다. 이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학생과 사회에 진실을 말한 것이 류박사가 해고된 이유입니다. 그래서 피고 성대 측은 ‘해고과정과 사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밖에 못하고,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사건쟁점과 무관한 트위터사찰 자료나 내놓으며 대학 내에서의 기본권 침해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소송이 시작된 작년 9월부터 약 10개월간 4번에 걸친 심리에서 성대법인 측이 재판에 임해 온 내용은 해고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보다는 대학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절대약자인 양심적 강사의 ‘학문의 자유·언론의 자유·양심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고백에 가까웠습니다.
대학 안에서 비판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성대만이 아니라 중앙대·고려대·이화여대 등 전국 어느 대학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박정희 유신독재에 빼앗긴 강사 교원지위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교수임용과정에서 철저히 대학자본과 교육관료의 입김이 작용하는 현실때문에 대다수의 강사와 교수들이 대학현장의 모순과 불합리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은 결국 국민 대다수에게 ‘가만히 있으라’를 강요하는 굴레가 되었고, 그 적폐가 오늘날의 참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류승완박사의 해고무효소송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재벌대학과 대학재벌이 장악한 대학을 이윤추구의 수단에서 합리적·비판적 지성인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으로 회복하는 공익활동입니다.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사의 교원지위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각 대학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강사선생님들이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아무 이유없이 시민들이 전쟁터보다 참혹하게 무리죽음을 당하면서도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지 못하는 ‘공포와 결핍’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대학현장이 이윤추구와 권위주의의 노예상태로부터 벗어나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대학교육의 부정과 비리를 바로잡지 못해서 일어난 오늘의 참극을 아프게 반성하면서, 강사 교원지위 회복·대학교육 정상화, 류승완박사와 다른 강사들의 복직을 위한 이성적이고 정의로운 싸움에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하나, 성균관대는 류승완 박사 부당해고 철회하고 2014.2학기 강의를 배정하라!
하나, 성균관대는 학문의 자유, 언론의 자유 탄압을 중단하고 학내 민주주의 보장하라!
하나, 성균관대는 학생자치 탄압을 중단하고 학습권을 보장하라!
2014년 6월24일
류승완박사 부당해고 대책위원회: 곽노현(전 서울시교육감), 이광수(부산외국어대교수), 정윤광(전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 홍세화(‘말과활’ 발행인), 류승완박사강의박탈 성대학생‧동문대책위원회, 성균관대(‘프로젝트 류’‧노동문제연구회‧여성주의모임 디딤돌‧ 알바노조 율전모임‧ 황혜인열사추모 생활도서관), 고려대시간강사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대책회의, 착한대학연구소, 대학강사 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본부, 최태인 사회사상연구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고대민주단체협의회, 남봉순선생님을 지지하는 이화여대 학생모임, 중앙대 교지편집위원회<중앙문화>, 자유인문캠프기획단 잠수함토끼들, 의혈 안녕들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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