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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보고대회 현장스캐치 - (펌)정읍통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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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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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2 조회 : 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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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회장으로 뽑히긴 했어요?"
[현장스케치]어느 학교운영보고회의 '절묘한' 진행...학부모회 구성 삐그덕
황성희 redhann@yahoo,co.kr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와 함께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과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는 학부모회 구성이 학교측의 '비협조'(?)로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끝난 사례가 있었다.
참여했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신임 학부모회장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리를 떠났고 학부모회를 통해 중요 안건들을 논의하고자 준비했던 일부 학부모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30분 늦게
21일 오전 10시 예정이었던 어느 중학교 학교운영보고회...학기초 전체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됐다. 운영보고회 끝 순서로 학부모회 결성이 잡혀있었고.
운영보고회 장소는 그 학교 실내체육관. 실내 농구대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넓다.
오전 10시에 개최하기로 했던 회의가 시작된 것은 30분이 지난 오전 10시 30분. 먼저 시간 맞춰온 '많은 학부모들'은 난방이 안되는 넓은 실내체육관안에서 입술을 부딪히며 '덜덜' 떨었다.
물론 학부모들이 늦게 도착해서 늦게 시작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10시 30분에 나타난 것은 학교측 인사들이었고 그 이전에 학부모들은 거의 자리를 채웠다. 서둘러 교사들에 대한 소개가 끝나니 교장이 단상에 오른다.
교장에게 배정된 순서는 '교장 인사와 경영계획 설명'. 교장은 먼저 자신이 '초빙' 교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10시 40분에서 11시 30분까지 거의 한시간 동안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교장에게는 학부모도 '훈화'의 대상인가?
학부모들이 교장에게 듣고자 했던 것은 일정표대로 학교 경영계획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었지 '교장선생님 훈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상 위의 교장은 연설 내용에 취한 것인지 학부모들을 학생들로 착각한 것인지 '훈화'와 업적 나열 위주로 이야기를 계속 끌어갔다. 교장의 이야기는 주로 "내가 ~을 해냈다, 내가 앞장서서 ~을 추진했다, 내가 있어서 ~이 그 정도 결과가 나왔다"는 패턴을 따라갔다.
영어 교과서 연습문제에 나오는 구두연습(오럴 프랙티스)도 아닐진데 동일한 문장에 단어만 바꿔 집어넣는 문장 습득 훈련을 받는 착각이 든다.
추운 환경과 일정을 배려하지 않고 1시간 동안의 연설
12시면 파장될 회의인데 교장이 단상에서 내려온 시간은 11시 30분을 넘긴 시점이었다. '질의와 토론시간도 있다는데 어쨌든 순서대로 진행되겠지...' 학부모회 취재 차 현장에 머물렀던 기자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자만의 한숨은 아니었다. 교장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학부모석 여기저기서도 한숨이 새어나왔다. 교장의 마냥 길어진 연설 시간과 추위 탓에 나오는 한숨소리들이었다.
교장이 내려가자 교감이 마이크를 잡고 교장의 이야기가 "아주 자세하게" 됐으니 자신은 간단하게 이야기하겠다고 해서 모두들 그리 믿었다.
자신의 이력소개에 열 올렸던 교감도 20여분 꿀꺽
하지만 말문을 연 교감역시 빨리 끝내지 않을 것이란 불길한 예감을 주었다. 교감은 석사 2개, 캐나다 유학 등 자신의 경력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쓴 영어 참고서 이름을 쭉 읊으며 '저자 직강'으로 가르쳐 왔고 14년간의 고3경력 등등 화력한 이력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화룡점정'(?), '공부 잘하는 법'에 대해 교감이 강의하겠다며 학부모들의 의사를 묻자 찬반 입장이 동시에 나왔다.
교장의 자세한 설명 후 교감이 소비한 시간은 25분. 시간은 이미 11시 50분을 넘기고 있었다.
10분 채 안 남기고 "학부모회 구성하라"
12시가 10분도 안 남은 시각, 교감은 학부모회를 구성하라며 마이크를 임시 사회자에게 넘겼다. 그러자 장내에 있던 학부모들이 대거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 어수선한 와중에 추천으로 사회자가 된 사람은 다시 추천으로 학부모회의 회장이 돼버렸다.
그런 가운데 학교 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질의와 답변, 토론은 생각지도 못할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자가 자신이 회장이 됐다고 발표한 소리는 자리를 떠나거나 삼삼 오오 이합집산하는 어수선함 속에 묻혔다.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 담임을 만나겠다며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학부모회를 통해 이 학교에서 추진할 교복공공구매 소위원회에 참여할 위원들을 뽑고, 학교운영지원금에 대해서도 토론을 준비하는 등 학부모회에 기대를 안고 왔던 한 학부모는 망연자실하게 어수선해진 현장을 바라보았다.
'교장-교감' 합동작전 이었나?
"학부모회는 학교 운영에는 개입하지 말고 학교 행사 때 인원 동원이나 해달라는 학교측의 메세지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오늘 같은 진행방식이 나와요. 그런데 누가 회장으로 뽑히긴 했어요? 어수선해서 잘 못 들었어요."
"뽑히긴 했어요.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회자 한명만 추천돼 본인으로 결정됐다고 알렸잖아요. 그래서 절차상 문제를 삼을 수는 없고 회장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가 답변한 말이었다.
그러자 지나치던 한 학부모, "학부모회를 기대했어요? 학교 축제같은 것이나 있을 때 도와주는 단체니 신경쓸 것 있나요?"라며 한 마디 툭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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