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게 되면 부모들은 어린 내 아이가 드디어 넓고 거친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감격도 하고 기대도 하고,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 무렵 어머님이 일을 시작하셨다니 방과 후 혼자 있게 된 아이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도 많으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일에, 양육에, 가사일에, 한참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시는 어머님께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담임선생님이 기대와는 반대로 수용적이지 못하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학부모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짝 없이 혼자 앉아있는 아이에 대한 안스러움과 걱정도 크신 듯합니다.
저희도 담임선생님의 태도가 몹시 안타깝습니다. 사회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정해진 어떤 모습을 기대하시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나무라시는 느낌입니다. 중심이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주관적 신념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장난끼가 심하고 활발한 것은 다른 관점으로 보면 에너지가 많다는 것이지요. 현재 학교 구조는 아이 그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쏟을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아이 성장과 발달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인권의식을 가진 교사라면 아이들 각각의 에너지를 단속하기보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에 주안점을 두겠지요. 하지만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행,불행이 좌우되는 것이 아직 우리의 현실인 듯합니다.
교사가 아이의 문제를(선생님 관점에서) 부모의 양육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모든 게 부모 책임이면 학교가 왜 필요하며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더욱이 본인도 일을 하시는 교사이면서 '일을 하는' 어머니를 문제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성-어머니를 어떤 존재로 보고 계시는지 의구스럽습니다. 말썽을 일으킨다고 아이를 한 학기 내내 혼자 앉게 하는 것은 교사가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어머님,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같이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그 마음이 충분히 공감됩니다. 그럼에도 어머님이 먼저 마음을 여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교장선생님을 찾아가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것으로 담임선생님의 몇 가지 행동은 막을 수 있겠으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는 분명 문제이나, 그럼에도 선생님이 느끼시는 아이의 문제가 뭔지 마음을 열고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교사의 비난과 공격의 말들은 마음에서 제쳐 두시고 오로지 아이만 보시길 바랍니다. 혹여라도 어머님이 간과하시고 있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를 사랑하는, 잘 성장하길 기원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교사가 아이에게 느끼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시고, 그 해법을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우호적인, 믿는, 지지하는 방식으로 찾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열린 마음으로 교사를 다시 만나 의논하면 아무리 권위적이고 옹졸한 교사라도 함부로 어머님을 무시하시거나 쉽게 아이를 배제하지 못할 거라 생각됩니다.
아이를 더 사랑하는 쪽이 더 포용적인 마음을 가져야 하기에 감히 권하는 말씀입니다.
어머님, 부디 용기를 가지시고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나보셔요. 상담실로 전화주시면 보다 깊게 얘기 나눌 수 있겠습니다. 02.393.8980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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